삼척의 시간 여행: 선사시대부터 미래를 향한 에너지 도시까지의 대서사시
1. 태고의 숨결과 고대 국가의 태동: 실직국의 기원과 전설
삼척의 역사는 거친 동해의 파도와 험준한 산맥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이곳의 비옥한 해안과 강을 따라 터를 잡았는데, 이는 삼척 곳곳에서 발견된 고인돌과 선사 유적들을 통해 증명됩니다. 특히 고대 삼척은 '실직국'이라는 독자적인 세력이 존재했던 신비로운 땅이었습니다. 신라의 세력이 확장되기 전, 삼척은 나름의 체계를 갖춘 소국으로서 이 지역을 통치하고 있었죠. 하지만 신라 파사왕 시절, 결국 신라의 판도 안으로 편입되게 됩니다. 이때의 기록을 보면 실직국 사람들이 신라로 귀속되는 과정에서 겪었던 격동의 흔적들이 전설처럼 내려오곤 합니다. 지금도 삼척의 오래된 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이름 모를 바위 하나에도 고대 국가의 혼이 깃들어 있는 듯한 묘한 경외심이 느껴지곤 합니다.
2. 신라의 동해 요충지와 이사부 장군의 우산국 정벌
삼척이 한국사에 있어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 중 하나는 신라 시대입니다. 지증왕 시절, 삼척(당시 실직주)은 동해안 영토 확장의 최전방 기지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학적 영웅 '이사부 장군'을 만나게 됩니다. 이사부 장군은 삼척의 군주로 부임하여 울릉도와 독도의 전신인 '우산국' 정벌을 계획했습니다. 나무 사자를 만들어 적을 위협했다는 그 유명한 전략의 출발지가 바로 삼척의 해안이었습니다. 제가 삼척 이사부 사자공원에 서서 동해 바다를 바라보았을 때, 수천 년 전 거친 파도를 뚫고 나갔을 그들의 기개가 전해지는 듯해 가슴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삼척은 단순히 지나가는 고을이 아니라, 신라가 해상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 기지로서 그 존재감이 독보적이었습니다.
| < 삼척 역사 - 죽서루 > |
3. 고려와 조선 시대: 왕실의 뿌리와 국방의 보루
고려 시대에 들어와 삼척은 '삼척현'으로 개편되며 행정적 기틀을 다집니다. 하지만 삼척이 다시 한번 역사적 주목을 받은 것은 조선의 건국과 관련이 깊습니다. 태조 이성계의 4대조인 목조 이안사가 한때 이곳에 머물렀던 인연으로, 조선 왕실은 삼척을 '왕실의 뿌리가 있는 곳'으로 특별히 대우했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준경묘'와 '영경묘'입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이 묘역들은 조선 왕실의 신성함을 상징하며 지금까지도 삼척의 자부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삼척은 왜구의 침입을 막아내는 국방의 요새이기도 했습니다. 읍성을 쌓고 진영을 설치해 동해안의 안녕을 책임졌죠. 조선 시대 선비들은 이곳의 빼어난 절경을 '죽서루'에 앉아 노래하며, 국방의 긴장감 속에서도 풍류를 잃지 않는 여유를 보여주었습니다.
4. 일제강점기와 근대 산업의 태동: 아픔 속의 성과
근대로 접어들며 삼척은 비극과 성장이 교차하는 시기를 겪습니다. 일제강점기, 삼척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수탈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석탄과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이 풍부했던 탓에 삼척은 거대한 산업 기지로 개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건설된 영동선 철도와 삼척항은 목가적이었던 어촌 마을을 산업 도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많은 광부와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노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도계 지역의 탄광촌 유적을 살펴볼 때 느꼈던 그 묵직한 공기는, 삼척이 한국 근대화를 위해 얼마나 큰 희생과 공헌을 했는지를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아픈 역사지만, 삼척은 그 고난을 딛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동력을 공급하는 '검은 황금의 땅'으로 우뚝 섰습니다.
5. 현대와 미래: 에너지와 관광이 공존하는 생동감 넘치는 도시
오늘날의 삼척은 과거의 산업 도시 이미지를 넘어, 청정 수소 에너지와 해양 관광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 탄광 산업으로 부흥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동해안 최고의 해양 레일바이크와 장호항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칩니다. 동시에 LNG 생산 기지와 수소 산업 클러스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에너지를 책임지는 역할을 이어가고 있죠. 선사시대 실직국의 꿈에서 시작해 이사부의 기개, 조선 왕실의 품격, 그리고 근대 산업의 역군을 거쳐 온 삼척의 역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웅장한 천곡동굴의 종유석이 수만 년의 시간을 견뎌냈듯, 삼척의 역사는 쉼 없이 흐르며 동해안의 가장 빛나는 보석으로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삼척의 지리적 특성으로 유명한 특산품은 다음 포스팅에 준비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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